돌담장 틈이라도
뿌리박고 손을 뻗쳐
열 손가락 마디마디
가냘프게 숨을 쉬고
세상의 거친 담벼락
쉬엄쉬엄 오른다.
드높은 하늘 보며
작은 꿈을 꾸다보면
얼룩진 나날들도
붉은 빛에 물이 들어
어여쁜 이파리들이
이 가을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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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옥=2007년 '부산시조' 신인상 등단,
'시눈' '부산여류시조' 동인.
〈시작 노트〉
빈집을 바깥에서 붙들고 지키는 담쟁이.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크는 작은 손들. 시간의
마디를 기억하고 담 너머 흘러나오던 소리도 품고 살아온 너. 올해처럼 특별하던 비바람
도 감싸주던 신통한 손들. 혼자 크는 너도 단풍들 줄 알았더냐.
한 번씩 오는 손님들도 너의 물색을 부러워한다는 걸 넌 알고 있겠지. 담쟁이들이 살아
가는 일은 우리 사람과 닮아 있다. 알록달록한 이파리를 주워 모아 읽던 책갈피에 끼워
놓던 일도 생각난다. 결실을 사랑하는 가을, 담쟁이는 이 계절의 축복이다.
kookje.co.kr/201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