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권력에 순종하는 사람들을
꿈속에서만 열정을 가지는 사람들을
장례식에서만 목소리를 높이고
죽음의 순간에만 항거하는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십시오
정치가는 위선자이고
철학자는 사기꾼이며
예술은 잡동사니 모방인 나라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십시오
산산히 부서진 파편뿐인 자신을
아직도 나라라고 믿는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십시오
- 칼릴 지브란 作
<가엾은 사람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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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 [Kahlil Gibran, 1883.12.6 ~ 1931.4.10]
철학자· 화가· 소설가· 시인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레바논의 대표작가.
[국적] 레바논 [활동분야] 문학, 미술, 철학
[출생지] 레바논 북부 베샤르(베챠리)
[주요작품] 《예언자》 《모래·물거품》 《방랑자》 《부러진 날개》
■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 출신 시인이다. 그는 종교와 민족 갈등으로 얼룩진 조국
레바논을 바라보며 인간의 정의와 국가의 본질에 대해 깊은 통찰을 했다. 그런
아픔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갈망과 예언이 많이 담겨 있다.
이 시는 집단적 광기에 의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무너져가는 조국의 현실에 대한
탄식을 담고 있다. 위정자들은 권력만을 따르고, 대중은 자기 이익과 주장만을 소리
내어 외치는 사이 뼈만 남은 채 야위어가는 조국을 그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말년에 이르러 지브란은 자신을 조국 레바논에 묻어줄 것을 원했고, 1931년 염원
대로 레바논으로 돌아가 영면에 들었다.
[허연 문화부장(시인)]
mk.co.kr/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