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流氷)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
공중에 펄럭이는 돛
새하얀 커튼
해변의 물거품
시계탑에 총을 쏘고
손목시계를 구두 뒤축으로 으깨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리는 천천히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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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1980~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 및 박사과정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등단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리는 천천히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이별의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우리가
나누었던 수많은 입김들과 우리가 흘렸던 수많은 눈물들은 이제 단단하게 얼어붙
었다. 아프게 눈발이 흩날린다. 우리는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른 속도
로 떠내려가는 유빙처럼, 당신과 나는 끝없이 멀어져갈 뿐.
<황병승·시인>
joins.com/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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