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모든 빛과 색
◇조용미◇
우리가 보는 모든 색이 모두 幻(환)은 아닐 것이다
저 물과 구름과 나무의 색이
모두 환이라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럼 지구의 밖에 있는 것들은,
빛나는 감마선이 철사줄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
이 우주는 거대한 별의 뿌리가 내뿜는
뜨거운 에너지와 그 빛은 또 뭐란 말인가
여기 내가 편애했던 색과 빛이 있다
인디고 프러시안블루 코발트블루 세룰리언블루
피콕블루 울트라마린 그리고 적외선 자외선 감마선
붉음의 바깥에 있다는 것 보라의 바깥에 있다는 것(…)
이 세상의 바깥에는,
푸른 밤의 공기가 숨기고 있는 수많은 빛들은
우리가 보는 모든 빛과 색은, 어둠을 만날 때마다
새벽이 올 때마다 변형되는 이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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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曺容美(1962~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실제가 아니라 실제의 왜곡. 우리의 눈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幻을 보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떤 순간에는 모든 자연의
빛깔이 그 빛깔 그대로 다가올 때가 있다.
저 너머의 미세한 빛과 색의 기미까지 한 올 한 올 느껴지고, 숨겨져 있는 수많은 빛들
이 내게로 쏟아지는 순간. 어쩌면 그런 순간에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빛과 색을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황병승·시인>
joins.com/201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