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옆 작은 돌다리에서
빠져 죽은 내 짝은 참 잘해줬다, 사실은
전날 내게 하늘색 색연필을 빌려줬다
늘 죽은 사람에게는
돌려주지 못한 것이 많다, 사실일까
사실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죽은 사람에게는 들려주지 못한 것도 많을 텐데
노래가 여기저기 떠도는 이유 같은 거
그 사람이 꼭 죽어야 했던 이유 같은 거
그 이유가 여기저기 떠도는 노래 같은 거
사실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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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1970~ ) 대전에서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과 『우리는 매일매일』가 있음.
얼마나 더 섬세해져야 우리가 이 생이라는 불안을 버텨낼 수 있을까. 오늘날 특히
우수한 젊은 시인들한테 ‘희망’의 의미는 오직 이미지 연결의 실핏줄로만 필사적
으로 남아 있고, 바로 발 앞에 낭떠러지, 절망이 더없이 화려하다.
그 기로의 ‘사실’ 확인. 얼마 전 ‘젊은 문학 선언-문학과, 희망의 백년대계’ 결말 부분
에서 시인은 이렇게 썼다. ‘고통의 생생함을 가슴에 퍼 담으며 우리는 연인의 머리
카락을 쓰다듬듯 세계의 비참을 부드럽게 만져 보리라…’.
<김정환·시인>
joins.com/2014.12.02
◆김정환=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80년 작품활동 시작.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황색예수전』 『사랑, 피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