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밤
오늘은 내 생일인데
생일 폭죽처럼 머리통이 터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돈, 돈, 돈 우리 돈 게 분명해
뜻밖의 밤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울리는 알람이 있다고 믿는다 했다
꼭 사랑이 아니라도
울리는 알람이 있다는 말은 생략,
그건 좀 슬픈 이야기니까
뜻밖의 밤
( … )
영원히 그 코없는 밤은 오지 않을 듯이
뜻밖으로 이마가 맑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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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1972∼ )강원도 태백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계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곰곰』 『이별의 재구성』‘불편’ 동인으로 활동
제28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살아가는 살림에 이 시인의 작품만큼 밀착한 경우를 우리는 거의 처음 볼 테지만
이 시의 절묘한 효과는 ‘~인데’의 음 높이가 다중으로 복잡미묘하게, 풀 죽어 낮은 듯,
어이없어 옆으로 튀는 듯, 신경질 아닌 당당한 고성인 듯, 한꺼번에 들린다는 것이다.
상태가 갈수록 절망적으로 되지만 ‘뜻밖으로’, 동음이의(同音異義) 장난이 ‘생략’을
바로 도약으로 만들고 생일이 생 전체고 결론은 ‘뜻밖으로 이마가 맑아지는’ 정말
완벽한 살림 솜씨 아닌가.
<김정환·시인>
joins.com/201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