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처럼
◇이장욱◇ (무언가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너와 함께 살아온 것 같았다. 텅 빈 눈동자와 비슷하게
열고 닫고 창문 너머로 달아나는 너를 뒤쫓는 꿈 내 안에서 살해하고 깊이 묻는 꿈
그리고 누가 조용히 커튼을 내린다. 그것은 흡, 내가 삼킬 수 있는 모든 것
(…) 발을 헛짚어 푹, 꺼지는 구덩이가 되어 이제 모든 것이 너를 포함할 것이다. 너는 길을 걷다가 조금씩 숨이 막힐 것이다.
(…) 이것이 우리의 끝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지금 너의 모든 것을 품고 싶은 것이다. 커다란 기념수건으로 잠든 네 입을 꼼꼼히 틀어막는 이 기나긴 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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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1968년~ )서울특별시에서 출생 199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2003년 시로 제8회 현대시학작품상을 받았고, 2011년 제1회 웹진 문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계간《창작과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08~)로 재직 중이다.
괄호 속에 들어 있지 않은 생애가 없지만 이 시는 생애 자체를 괄호로, 그리고 공간 의, 공간이라는 기호로 만든다. 소리글자가 소리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제 몸이 뜻에 쓰인 생애를. 죽음 연습, 살생의 생명을 정화(淨化)하기 위한. 사랑 연습이다, ‘모든 것이 너를 포함’하기 위한. <김정환·시인> joins.com/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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