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아. 기적같이
부르고 다니는 발길 속으로
지금은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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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1960~ )경북 안동에서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
<햇볕 따뜻한 집>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벼랑에서 살다>,<조용한 열정>등이 있다.
진정성 없는 관계들 탓에 마음이 권태라는 진흙탕 속에 뒹군다.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이런 극진함이 없다면 그 관계는 가짜다. ‘밀당’을 하고, ‘썸’ 타는 것,
인맥을 ‘관리’하는 따위가 다 그렇다. 관계를 전략으로 보고 꺼내든 야트막한 수작들이다.
겉치레와 허장성세로 짜인 관계들 위에 세워졌다면 그 삶도 진짜가 아니다. 사랑이건 우
정이건 제 것을 아낌없이 주며 환대하고, 받을 때도 벼랑에서 목숨 받듯 한다. 전율이 전
류처럼 찌릿하게 흐른다. 그게 진짜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