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놓아버리던 너의 잔인한 눈빛을
그러나 환장할 것 같은 하늘이 있어
그 하늘 아래서
네 손아귀에 휘둘리던 머리채를 눕히고
너를 기다리겠다
오지 않아도 좋아, 기다리기만 하겠다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유죄라면
무기수라도 괜찮아
구메밥 사발이나 핥다
떠나간 너로부터 서서히 살해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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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금=(1957~ )강원도 영월 출생.
1994년 <청구문학> 시 대상.
1997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당선.
2003년 <현대시>로 등단.
2007년 시집 <봄날 불지르다> 문학세계사
별 줍는 아이 글쓰기 교실 지도.
희망이 절망의 친인척인 게 분명하다. 절망과 붙어 다니고 절망 한가운데서만 일어서는
희망의 역설! 희망은 가건물이고, 거미줄이다. 그 안에서 살 수 없고, 밟으면 허방이다.
희망이 머리채 붙잡고 흔들 때 그 모욕을 견딘 것은 그마저 놓으면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눌리고 따돌리고 병든 삶의 하중(荷重)을 감당하느라 등이 휜다. 번번이 당하면서도 그 가
느다란 끈을 놓지 못한다. 감옥에서, 병실에서, 독방에서. 그러나 희망은 우리를 얼마나 자
주 배반하던가!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