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대로 내 목을 조이는 걸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니까
그는 떠났다
한 시인이 닭에게 그러했듯
나를 먹일 수는 있었으나
나를 잡을 수는 없었던
예민한 그였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오늘,
그의 뒷주머니에 선물로 찔러 넣었던
오른손이 되돌아왔다
(하략)
-------------------------------------------------------------
▶김민정=(1976~ )인천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同 대학원 수료.
199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와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가 있음.
2007년 박인환문학상 수상. 현재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임.
혁대로 목을 조이는 연애라니, 유별나다. 이 연애와 이별한 것은 썩 잘한 일이다. 이 별에서
겪는 이별은 피날레, 경미한 뇌진탕 같은 작은 죽음이다. ‘영혼 표면에 난 작은 스크래치’
같은 것. 사람은 작은 죽음들을 겪은 끝에 큰 죽음을 맞는다. 이별 뒤 “그의 뒷주머니에 선물
로 찔러 넣었던/ 오른손이 되돌아”오는데, 그새 오른손은 조금 더 자라 있고, 손톱은 잘 다듬
어져 있다.
‘나’는 이별의 아픔 따위는 금세 잊을 수 있을 만큼 발랄하다. 랄랄랄랄 랄랄라! 그렇게 잊고
새로운 ‘나’를 기운생동(氣運生動) 속에서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안녕 새로운 나여! 어제
를 잊은 오늘의 ‘나’는 여전히 약동(躍動)할 것이므로!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