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ation - Phil Coulter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이진명◆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와
또 하나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가
조그맣게 밤의 흰빛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 걸
밤의 흰빛이 실처럼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는 걸
(하략)
---------------------------------------------------------------
▶이진명=(1955~ )서울에서 출생
1990년 계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단 한 사람』『세워진 사람』 등이 있다
제4회 일연문학상과 제2회 서정시학작품상을 수상
사람은 제 안에 밤을 안고 산다. 인체 내부는 항상 어둡다. 우주 어둠과 인체의 어둠은 상호
조응한다. 어둠은 빛이 결핍된 결과다. 밤이 오면 이 결핍을 망막의 신경절 세포가 감지하고
뇌에 자극을 전달한다. 이 자극을 전달받은 뇌는 송과선(松科腺)에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우리가 밤을 차분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이 멜라토닌 때문이다.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들!
나무들은 밤의 흰빛에 대해 말한다. 밤의 흰빛은 울고, 발을 벗으며 저를 구부린다. ‘밤의 흰
빛’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시인은 ‘거기’ 가면 그것을 듣고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란
대체 어디일까?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