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기
◆조성래◆
햇빛 맑은 봄날,
인근의 주민 서넛 호미와 괭이로
학교 뒤 공터에 밭 하나 일구어
구청직원 몰래 씨 뿌리고 가다.
그 씨앗들
까치가 반나절 파먹고
산비둘기 반나절 파먹고
어느 아침엔 참새 일가족 몰려와
요리조리 파먹고
저러다 씨앗 한 톨 남아나겠나 싶더니……
달포 지나자 가랑비 속에
파릇파릇 새싹 돋아나
아담한 남새밭 한 폭 만들어지다.
나눌 것 다 나누고도 고추, 상추, 가지, 들깨,
구색 맞추어 잘 자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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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래='지평'과 '실천문학' 등단.
시집 '시국에 대하여' '카인 별곡' '바퀴 위에서
잠자기' '두만강 여울목' '천 년 시간 저쪽의 도화원'.
학산여고 교사.
〈시작 노트〉
변두리에선 가끔 즐거운 장면이 관찰된다. 공터 조그만 밭에 채소가 싹터 자라는 과정도 그
중 하나다. 구름과 새들 동참 속에 초록의 잎들이 아침마다 보여주는 그 신선한 감각이란!
inews@kookje.co.kr/201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