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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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1915∼2000)전북 고창 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벽' 당선, 문단 등단(1936)
1936년 불교전문 중퇴 [시인부락](1936~) 주간
시집[화사집](1938) [귀촉도 ](1946)[신라초](1960
[동천](1968] [질마재 신화](1975) <신부(新婦)>
사랑을 만나러 갈 때에는 들떠 두근거리지만 떠나올 적에는 다시 만날 기약이 없어 서운
하고 아쉽다. 그러나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고, 헤어진 사람은 후일에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이 시를 읽으면 이별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가슴에서 슬픔의 무게를 조금
이나마 덜어내 소소하게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별의 기억에서도 한 송이 연꽃의 미묘한
향기가 날 것 같다. 게다가 이 생애 다음에 올 내생(來生)도 대낮처럼 훤히 보일 것 같다.
살랑살랑 불어가는 바람의 보법(步法)을 보시라. 우리가 하는 사랑의 밀어(蜜語)도 저 바람
이 다 실어가리니. 연꽃은 진흙 속에 있지만 항상 깨끗함을 잃지 않는다. 모든 인연이 연꽃
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았으면. 모든 인연이 풍경을 뎅그렁, 뎅그렁, 흔들고 가는 한 줄기
맑은 바람 같았으면.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