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칭찬하고
술 한 잔 마시고,
많이는 아니고
조금, 마시고
취해서
비틀거리니
행복하구나.
갈 길 몰라도
행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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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영=(1945∼ )전북 부안 출생,
1966년 《문학춘추》 신인작품,
1967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침묵의 무늬』『다른 하늘이 열릴 때』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새벽달처럼』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등.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서라벌문학상 수상.
취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술, 시, 음악, 고양이, 아름다움에 취하면 인생이 보다 풍부해다.
보들레르는 항상 취해 있으라고 썼다. 취하면 평범한 악들의 번성은 물론이거니와 인생 자
체의 권태와 느글거림마저도 견딜 만해지니까.
술에 취하면 나는 자꾸 웃음이 나온다. 술은 고통을 잠재우고 기쁨을 일깨우는 묘약이다.
적당히 취한 뒤 비틀거리니 행복하구나! 아아, “갈 길 몰라도” 행복하구나. 밤이면 밤마다
그토록 많은 술집들에 술꾼들이 붐비는 것은 술 한 잔의 환락과 젊음, 술 한 잔의 망각과
행복을 사기 위해서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