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박 철◆
나 죽도록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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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철=(1960~ )서울에서 출생. 단국대 국문과 졸업.
1987년 《창작과 비평》에 〈김포〉외 14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현대문학》에 단편 〈조국에 드리는 탑〉이
추천되어 소설가로도 활동 中. 시집으로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새의 전부』, 『너무 멀리 걸어왔다』,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험준한 사랑』등이 있음.
단국문학상, 천상병시상 수상.
“너를 사랑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너를 기다릴 수 있어”라는 고백이고 다짐이다.
사랑에 빠진 자는 늘 기다린다. 사랑해서 기다리는 게 아니다. 기다리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다. 기다림에의 종속은 사랑의 유력한 징표다.
그토록 사랑하건만 기다림은 종종 모든 것을 지연시킨다. 기다림이 키스와 애무와 교합
의 설렘을 뒤로 미룬다. 공허를 품은 기다림이 이 사랑을 살찌게 만들지만 어떤 경우엔
사랑을 마르게 하고 파멸로 이끈다. 기다림이 파멸적인 것은 욕망을 냉각시키고 존재 자
체를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