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간 -김승희-
어둠의 아이들과 햇빛의 아이들이
흑색 금색 창을 들고
사유의 들판에서 싸움을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어느 것을 편들지는 않으리.
죽음과 生을
모조리 나의 심장 속에 놓아먹이리.
그러나 그때에는 달랐었다.
내가 아직 내 말[馬]의
고삐 쥔 손을 느끼지 않았을
그때에는,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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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1952~ )전남 광주 출생.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는 소설에도 당선
시집으로「태양 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등 산문집「33세의 팡세」
「남자들은 모른다」,
소설집「산타페로 가는 사람」「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등
어렸을 때 시간은 신비 그 자체이고, 삶을 비옥한 꿈의 대지로 가꾼다. 어떤 악에도 물들지
않아 옳은 행동만을 일삼는 어린 인류는 천진무구한 채로 시간이란 말[馬]의 고삐를 틀어
쥐고 달린다. 시간은 “금색의 깃발”로 나부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의 고삐를 틀어쥘 수가 없다. 순간들의 연쇄는 질서를 잃은 채 엉킨다.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제멋대로 달려가는 시간들! 누구나 시간이란 유한자원을 까먹으며
나이를 먹는다. 시간은 속수무책으로 유한자산을 강탈하고, 노화와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닿
으면서 생의 주기라는 원을 닫는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