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nker - Sidewalk Cafe
비 -최영철-
비 내린다
하늘에서
내린다
물은 더
필요없다고
내린다
너희들 먹으라고
내린다
땅이 맛있게
받아먹는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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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1956~ ) 경남 창녕에서 출생.
1984년 《지평》 3집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단
시집으로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일광욕하는 가구』,
『야성은 빛나다』, 『홀로 가는 맹인 악사』, 『가족 사진』,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
『그림자 호수』, 『찔러본다』 등이 있음 제2회 백석문학상 수상.
비가 내린다. 마른 가뭄을 해갈하는 비다. 비는 땅의 것들이 받아먹으라고 내리는 하늘의
선물이다. 땅이 받아먹고 남은 것은 아래로 보낸다. 비는 웅덩이를 만들고 골을 만든다.
빗물 괸 웅덩이에는 하늘이 내려온다. 한편 연인들은 비를 피해 카페나 극장으로 몰려간다.
비는 연인들의 감정을 멜랑콜리로 물들여 사랑을 키우고 정념의 불꽃을 점화시킨다. 비가
내릴 때 나는 구석진 곳을 찾아가 느긋하게 책을 읽는다. 빗줄기가 주렴처럼 감싸고 호위
할 때 나는 홀연 불멸의 심연 가장자리에 가 닿고 싶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