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물 -김달진-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 속에 하늘이 있고
흰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地球)의 섬 우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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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金達鎭, 1907~1989)경남 창원 출생.
1929년 《문예공론》 등단.작품은 《씬냉이꽃》
(범우비평판 한국문학 41,범우사, 2007)에 의거함.
숲길을 가다 작은 샘을 만난 모양이다. 솟는 샘물은 차고 시원하고 투명했을 것이고, 샘물
은 지구의 푸르고 초롱초롱한 눈동자 같았을 것이다. 샘물의 수면에 하늘이 비치고, 흰구
름이 비치고, 또 바람은 불어와 잔물결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몸을 구부려 샘물을 들여다보니 그 작은 샘물에 삼라만상이 비쳐 샘물은 바다처럼 활짝 트
이고 넓어진다. 샘물에 우주가 들어찼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 사는 이 지구가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섬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시인은 시 '비명(碑銘)'에서 '여기 한 자연아(自然兒)가/ 그대로 와서/ 그대로 살다가/ 자연
으로 돌아갔다.// 풀은 푸르라/ 해는 빛나라/ 자연 그대로.'라고 썼다. 우리 각자도 실은 풀
과 해와 더불어 작은 자연으로 사는 셈이다.
문태준·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