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꼽
-박성우-
살구꽃 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 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꼽마당에 나와 배꼽비 본다
꽃비 배꼽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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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1971~ )전북 정읍에서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으로 신동엽창작상(2007)수상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미역'이 당선되면서
동시집<불량꽃게>와 청소년 동시집<난 빨강>을 펴냈다.
지난해 4년 만에 시집<자두나무 정류장>을 출간했다
비도 내리는 곳에 따라 이름이 제각각이다. 살구꽃에 내리면 살구꽃비, 몽돌에 내리면 몽
돌비, 황소의 등에 내리면 황소비쯤 되겠다. 모든 존재가 스스로 완전한 주인이므로 그에
게 가서 내리는 비는 그의 이름을 얻고 그의 빛깔을 얻겠다.
게다가 살구꽃비는 예쁜 살구배꼽 달고 가고, 아그배꽃비는 조그마한 아기배꼽 달고 간다.
꽃 진 자리에 열매가 생겨나니 그곳이 생명줄이면서 몸의 중심 자리인 배꼽 자리가 되는
셈이다.
아내와 아기가 비 오는 작은 마당에 함께 나왔다. 가늘게 내리는 작은 빗방울이 배꼽을 내
놓고 마당에서 노는 것 본다. 그런 비를 보고 있으면 내 배꼽도 간질간질하겠다.
문태준 시인[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