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이 축 늘어지게 몰려 앉은 바닷새가
떼를 풀어 흐린 하늘로 날아오른다.
발 헛디딘 새는 발을 잃고,
다시 허공에 떠도는 바닷새,
영원히 앉을 자리를 만들어
허공에 수평선을 이루는 바닷새.
인간을 만나고 온 바다,
물거품 버릴 데를 찾아 無人島로 가고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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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1945년~)[申大澈]충남 홍성에서 출생
1968년 「강설(降雪)의 아침에서 해빙(解氷)의 저녁까지」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단에 등장했다.
시집으로 『무인도를 위하여』 등이 있다. (자연친화적인 시인)
제4회 백석문학상(2002)을 수상했다. 현재 국민대 교수로 재직중
바닷가 모래밭에는 바닷새들이 빽빽하게 모여 앉아 있다. 그 앉아 있는 일렬횡대의 무게
때문에 팽팽하던 푸른 수평선이 아래로 처져 있다. 그리고 바닷새는 사방으로 허공으로
흩어져 날아간다. 마치 파도의 흰 포말처럼.
바다는 인간을 만나러 재바르게 움직여 온다. 바다는 인간의 세계 가까이에서, 해안에서
퍼지르고 앉아 있다 다시 일어나 먼 수평선 쪽으로 돌아간다.
이때 인간의 세계는 "벌떼 같은 사람"이 사는, 소란하고 더럽혀진 세계이다. 인간을 만난
바다는 난파선처럼 떠밀려 간다. 인간의 세계가 "물 밑바닥에 밀리는 흰 모래알"처럼 눈부
시고 깨끗할 순 없을까.
문태준 시인[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