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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 사랑
◆고두현◆
당신 너무 보고 싶어
만리포 가다가
서해대교 위
홍시 속살 같은
저 노을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바알갛게 젖 물리고
옷 벗는 것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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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1963~ )경상남도 김해 에서 출생 기자이자 시인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가 있다.
제10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
사는 게 진절머리 난다면 천리포 만리포 가다가 서해대교 위에 멈춰 서서 “홍시 속살 같은”
타는 노을을 보라! 저 노을이 만물에게 “바알갛게 젖 물리”는 모습을 보라! 자연은 젖을 물
려 만물을 길러낸다. 해는 아침에 뜨고 저녁엔 서쪽으로 지는데, 이 해의 은총 속에서 식물
들은 꽃을 피우고 사람은 사랑을
하며 아기들을 낳고 산다.
괴테는 “태양 속에 존재하는 신의 빛과 생산 능력을 숭배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첫눈에 반
해 사랑에 빠지는 이들이 있고, 도라지 밭에서는 도라지꽃이 피고 감자 밭에서는 감자알들
이 커간다. 세상은 살 만한 것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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