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드무엔 늘 물이 가득했다
자식들이 오면 물이 모자라지 않게
옹배기로 길어다 부으시던
어머니,
한 생애, 가없는 수평선만 넘실거렸을
수심 깊은 물살을 들여다 본 적이 없었다
볼 겨를이 없었다
몇 십 년 만에 무위도를 찾아간다
수평선 가득 물을 품어 안고
한평생 외로이 떠 있는
물항아리 같은 섬,
물길을 열어놓고 기다리며
내가 놓친 수평선까지 물을 재우고 있는
섬, 어머니를 향해 떠난다.
--------------------------------------------------------------
▶최금녀=(1939~ )1998년 《문예운동》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제 1시집 『들꽃은 홀로 피어라』, 제 2시집
『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 , 제 3시집 『내몸에 집을 짓는다』 ,
제 4집 일본어 번역시집 『그섬을 가슴에 묻고』(東京文藝館) ,
제 5시집 영어시집 『저 분홍빛 손들』이 있음.
현대시인상, 미네르바 작품상, 충청문학상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서울신문과 대한일보 기자 역임.
‘드무’는 ‘드므’의 사투리다. 신기철·신용철이 편저한 새우리말 국어사전은 ‘드므’가 넓적
하게 생긴 물독이라고 일러준다. 물드무가 어머니의 바다라면, 저 가없는 한 줄 수평선까
지 차오른 바다는 신의 드므다. 뭇 생명이 물에서 나오고, 사람은 어머니에게서 나온다.
둘 다 생명의 원천이다. 어머니를 잃는 것은 영혼의 피난처를 잃는 것! 오늘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자가 있다면 그는 행한 사람이리라. 어머니를 잃은 자들은 세상을 유랑한다. 어머
니를 잃은 나는 그를 부러워하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