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곳인데 나는 냇물처럼 멀리 왔다
해 지고 어두우면 큰 소리로 부르던 나의 노래들
나는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
살다가 외로우면 산그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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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1946∼ )강원 양양군 출생
1976년 심상지 시 '겨울추상화' 발표 데뮈
시집 <동해별곡.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유심작품상. 강원민족예술상.
강원도 내설악에는 어머니가 젖을 물린 채 무심히 보는 산그늘들이 자랄 것이다. 그 젖을
물고자란 아이는 어느덧 어른이다. 키운 것은 어머니의 젖만이 아니다. 산그늘도 그의 성
장에 알게 모르게 힘을 보탰으리라.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동경은 가슴에 별을
품는 기획이다.
고향이란 가난, 병, 개밥바라기별, 비참, 어머니 등등 내력(來歷)이 고색창연한 그 무엇이
다. 누군들 그 낡은 것에서 자유롭고 싶지 않았으랴! 출향은 곧 고통스런 실향이다. 그래서
고향을 뜨지 못한 채 기러기처럼 산 사람도 있을 테다. 설악 언저리 고장을 뜨지 못한 채
붙박이로 살며 산그늘이나 바라보는 것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