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시간
◆유희경◆
약속했으니 다시 시간은
빠르고 느리게 지나간다
이제 모든 것은
빛으로 얼어붙어가고
나는 내 짐승의 일부
이 그림자를 밟고 서서
무엇도 되지 않으리
숨과 피를 지우고
내 살과 뼈와 여자와 개
뚫고 지나가는 선(線)의 선(線)
검푸른 사방 이마 위
첫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망쳐놓으리
그러니, 이 시간은 그저
칼끝 같기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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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1980~ )서울에서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오늘 아침 단어』가 있다.
현재 ‘작란’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누구나 휴식과 멈춤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경과학자들은 타임푸어(Time poor)는 뇌에서
사고하는 영역이 줄어든다고 한다. 반면 속도를 늦출 때 뇌가 커지고 뇌의 공포중추는 작
아진다고 한다. “나는 내 짐승의 일부”라고 말하는 사람은 늘 바쁜 사람이 아닐까.
시간에 쫓기면서 무엇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시간이 “내 살과 뼈와 여자와 개”
를 뚫고 지나간다. 명상과 침묵을 하며 시간이 느려지고 멈추는 걸 경험해보라. 하루 27분
간만 자기 신체 느낌에 집중하면 대뇌 회백질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뇌의 물리적 구
조가 바뀌는 것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이 느긋함 속으로 행복이
깃든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