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뚝만한 새 한 마리
느릅나무 가지에 앉아
머리보다 높게 꽁지를 하늘로 올리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쓱쓱 천천히 부채 모양을 그리며
하늘의 유리창을 닦더니
돌연 날아가면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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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도=(1960~ ) 충남 서천에 있는 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199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나의 새' 등 시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가 있으며,
산문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 <고향은 있다>를 펴냈다.
지금 강원도 망경대산 허리춤에서 자급자족하는 농사를 지으며
글밭을 가꾸고 있다.
새 한 마리가 꽁지를 하늘로 올려 “하늘의 유리창”을 닦는데, 이때 하늘은 해와 달과 별의
고장이다. 허공은 천문 지리의 바탕이고, 낮과 밤, 날과 계절의 원천이다. 사람은 허공을
머리에 이고, 발은 땅을 밟고 우뚝 선다. 허공은 곧 하늘이니, 『예기(禮記)』는 “하늘이
상(象)을 드리우고, 성인(聖人)은 그것을 본받는다”고 했다.
허공은 만물을 화육하고, 나고 죽는 것들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도(道)를 품는다. 이것은 커
다란 거울이어서 땅에서 일어나는 천변만화의 일들을 되비친다. 그래서 일월성신에 일어
나는 변화를 통해 때의 맥락과 주기를 살피려는 이는 늘 하늘을 올려다본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