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바다
◆이 경◆
어떤 돈은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 쥔 천 원짜리
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등록금을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다려도 영 안 가셔지는 그런
비린내가 있다
이런 돈이 손에 들어온 날은 가끔
지느러미가 찢어진 돈과
돈이 헤엄쳐 온
사람의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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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1954~ )(이경희) 경남 산청에서 츌생
1993년 《시와시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2005년 [한용운 시에 나타난 불교적사유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시집으로 『소와 뻐국새소리와 엄지발가락』과 『흰소 고삐를 놓아라』등
계간 《시와 시학》 편집장을 역임. 현재 경희대학교, 백석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명지전문대, 협성대 등서 시론 및 시창작론 강의 中.
빳빳하게 깃을 세우고 조폐공사를 나올 때는 세상이 돈짝만 했죠.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숭배
자! 허나 곧 허리가 반으로 꺾이고, 귀가 접혔죠. 술주정뱅이를 만나고, 정치인을 만나고, 가
출 청소년을 만나고, 실업자를 만나고, 예술가를 만나고, 목사를 만나고, 수전노를 만났죠.
구겨질수록 인생을 배웠죠. 이젠 누구와도 말이 통해요.
나는 한 장의 경전이 되었죠. 종교처럼 당신이 외롭거나 춥거나 배고플수록 가치가 높아지
죠. 때론 빵이 되었다가 등록금이 되었다가 뇌물이 되었다가 후원금이 되곤 하지만 실제로
는 아무것도 생산한 적이 없죠. 나의 권능은 땀으로 젖은 당신의 손금에서 비롯되죠.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