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쌀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밖에 없다
- 이성복作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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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1952~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생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아, 입이 없는 것들'
미당문학상 후보작 ''아, 입이 없는 것들'-보유(補遺)' 외 2편
82년 김수영문학상, 90년 소월시문학상
삶은 그다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힘겹고, 때로는 지친다. 하지
만 삶은 힘이 세다. 그 어떤 이유로도 삶은 비하되거나 평가절하될 수 없다. 삶은 위대하다.
생명체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들은 장엄하다.
시인은 명절 떡쌀에 햇살이 부서지는 걸 보면서, 혹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운 짐 실은 말
뒷다리를 보면서 삶의 위대함을 증언한다. 시인의 말처럼 삶은 가엾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묶일 수밖에 없다. 삶은 언제나 힘이 세다.
[허연 문화부장(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