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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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1945~ )경북 성주에서 출생
1985년 『심상』 신인상에 「능수버들」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는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쉬!』 『배꼽』,
『적막 소리』, 『그립다는 말의 긴 팔』, 동시집으로는 『염소 똥은 똥그랗다』
미당문학상, 대구문학상,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금복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달로 화상통화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앞산만 바라보아도
그리운 얼굴 비치던 자루 없는 손거울 있었다. 목이 아플 땐 우물만 바라보아도 되었다. 캄
캄한 소식 그리워 비손하면 어떤 입속말에도 토끼 귀 안테나 쫑긋했지.
방아 찧던 햅쌀 한 줌 내보이며 자식 걱정 말라고, 엄마 걱정 말라고 쿵덕쿵덕 전했지. 저이
는 이제 달을 무두질해 북을 매었구나. 두둥둥 유정한 말씀을 전하는구나. 암흑의 밑을 투둑
타개고 한가위 귀성길 환하게 비추는구나.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