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함께 닫다
◆장철문◆
달이 참 좋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창을 닫다가
엉거주춤 딸아이를 불렀다
이런 건 왜
누구한테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
아이가 알아차렸는지
엉거주춤 허리를 늘여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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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문=(1966~)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바람의 서쪽』
(1998)『산벚나무의 저녁』(2003)이 있고, 동화로『노루 삼촌』
(2002)『심청전』( 2003)『나쁜 녀석』(2003)『흰 쥐 이야기』
(2006)등 문장 웹진의 편집위원을 역임
곱고 귀한 것은 아껴두었다가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 싶다. 밤이 되어 창문을 닫다 외로이
홀로 밝은 달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 달빛 덕택에 온 세상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듯
흰빛으로 온통 환했을 것이다. 순백(純白)의 달을 보자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딸아이
를 창가로 부른다. 딸아이의 순수한 가슴에도 또 하나의 만월(滿月)이 떠올랐을 것이다.
밝고 원만해 시원하기까지 한 그 달은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 값지고 귀하다. 그러니 끝까
지 깨끗한 그 달을 사랑하는 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달빛이 참 좋은 가을이다.
가을 달 볼 때 제일 먼저 월출(月出)하듯 떠오르는 얼굴 있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