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어느 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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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1916~78) 경상북도 경주에서 출생
1933년 대구계성중학교 재학 중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어린이》지에,「제비맞이」가 《신가정》지에 당선되었다.
『경상도의 가랑잎』(1968)과 『무순』(1976), 『크고 부드러운 손』
(1979, 유고시집) 등 나중에 쓴 작품들은 점점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로 확대되고 생각의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
이 시는 박목월과 조지훈, 박두진이 1946년에 펴낸 3인 공동시집 '청록집(靑鹿集)'에 실려
있다. 박목월 시인은 이 시의 시상이 떠오르자 그것을 공출하는 쌀 꼬리표에 적어 두었다고
한다.
시인은 자신을 일러 길고 긴 밤을 홀로 눈물로 바위를 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둡고 아득
한 바위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자 눈물로써 그것에 대고 문지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때의 바위의 표면은 시인이 살았던 시대이면서 자신의 내면을 뜻한다고 하겠다.
또 임과 하늘은 사랑의 회복과 광복의 의미로 읽힌다. 임과 하늘을 맞고자 매일 간절한 눈물
로써 자신의 내면을 곱고 투명하고 정결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임과 하늘의
또렷한 현현(顯現)을 바라는 마음이 참으로 절실하고 지극하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