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야기 또 하고 한 이야기 또 하고
우두커니 마당가
달빛 보는 어머니
지르르 피 닳는 울음 지르르
거저 듣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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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1958~ ) 충남 부여에서 출생.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1989년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으로 등단.
시집 『황진이 별곡』(삶과 꿈, 1998) 등이 있음.
1995년 《중앙일보》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현재불교문학상, 2008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1997년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가을이 깊어지며 밤과 새벽으로 풀벌레들 울음소리가 드높다. 풀벌레들은 한 줌 차가운
공기를 흔들며 지르르 지르르 운다. 풀벌레의 슬픈 언어이자 존재의 파열음이 가을밤의
허공에 구멍을 낸다. 일찍 잠 깨인 새벽 풀벌레의 울음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인다.
어제 밤중에는 어둠 속에서 고라니도 울었다. 풀벌레의 울음소리나 동물의 울부짖음은
제 존재를 찢고 여는 수단이다. 오, 말을 갖지 못한 열등한 형제들이여, 밤새도록 울어라!
내 그 소리들을 들으며 밤을 새울 것이니.
<장석주·시인>
joins.com/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