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石榴)
◆조 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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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1900~56)(曺雲) 전라남도 영광(靈光) 출생.
본명은 주현(柱鉉). 3·1운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했으며
1924년 《조선문단》에 〈초승달이 재넘을 때〉 등 자유시 3편을
발표하여 문단에 진출했다. 단아한 정조로써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한의 세계를 다루었는데, 사설시조 〈구룡폭포〉는 자유시를
능가하는 절창으로 평가되었다. 1948년 월북하며 소식이 끊겼다.
작품에 〈석류〉 〈채송화〉 〈선죽교〉 등이 있으며 작품집으로
《조운문학전집(1990)》, 복간된 《조운시조집(1947)》이 있다.
발레리는 ‘석류들’이라는 시에서 “그대 알맹이의 과잉에 못 이겨/반쯤 벌어진 단단한 석류
들이여”라고 노래한다. 석류는 안이 가득 차면 단단한 것도 파열하는 것임을 깨우치게 한
다. 우리의 천재 시조시인 조운은 석류를 보고 “빠개 젖힌 이 가슴”이라고 썼다.
벼락과 해일이 없어도 잘 익은 석류는 제 가슴을 빠개고 풀어헤친다. 그렇게 제 안에 숨은
홍옥들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보소라 임아 보소라.” 석류는 알알이 무르익은 붉은 보석들
을 임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