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신현정◆
꽃말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사루비아에게 혹시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면
수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조용히 건넨 적이 있다 유난히 짙푸른 하늘 아래에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사루비아, 수혈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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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1948~2009)서울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4년 ≪월간문학≫에 <그믐밤의 수>로 시부문 등단. 2004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수상시집 <염소와 풀밭>) 시집 <대립> 시집 <염소와 풀밭> 문학수첩 2003
사루비아는 지중해가 원산지다. 타는 듯 붉은 꽃을 피운다. 시골에선 ‘깨꽃’이라고 한다.
꽃말은 ‘타는 마음, 정력, 정조’라 한다. 시인은 병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피가 모자
랐던지 사루비아에게 수혈을 부탁해, 라고 말을 건넨다. 피는 액체로 된 불이다. 몸에 활
력을 더하고 역동을 키운다.
피가 모자라면 기운이 없고 활력도 떨어진다. 음식을 맘껏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게 ‘건
강함’이라면, 아프면 맘껏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한다. 잘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앓던 시인이 사루비아에게 수혈을 부탁하는 심정을 모를 수가 없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10.05
http://blog.daum.net/kdm2141/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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