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망 -김광섭-
비가 멎기를 기다려
바람이 자기를 기다려
해를 보는 거예요
푸른 하늘이 얼마나 넓은가는
시로써 재며 사는 거예요
밤에 뜨는 별은
바다 깊이를 아는 가슴으로 헤는 거예요
젊어서 크던 희망이 줄어서
착실하게 작은 소망이 되는 것이
고이 늙는 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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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1905~1977)함경북도 경성 출신
광복 전후 문화계·관계·언론계 등에서 활동
중앙문화협회, 조선문필가협회를 창립하였고,
《자유문학》을 발간 대표작은《성북동 비둘기》,
《고독》,《푸른 하늘의 전락》,《고민의 풍토》등
예술원회원, 경희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국민훈장 모란장, 건국포장을 받았다.
누구나 소망을 품는다. 시인은 이 시에서 작은 바람을 몇 개 썼다. 비가 멎고 바람이 잦아
들어 해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을 소망의 첫 목록에 올렸다. 푸른 하늘의 무한한 너비는 맘껏
상상하는 시(詩)의 언어를 빌려 계측하고, 밤에 높게 뜬 별은 해저(海底)를 이해하는 이의
마음으로 헤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소망의 개수와 크기 또한 줄어들어 찬찬하고 실하고 작은 소망이나 하나 가졌
으면 좋겠다고 한다. 소망의 내용이 허튼 데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광섭 시인은 시 '마음'에서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이라고 노래했다. 마음의 안정과 마
음의 평화를 보존하려면 헛된 욕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허욕은 끝내 모래처럼 흩어질 것
이므로.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