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월 -김임순-
하루해 꼭지 따면 물살처럼 급히 돌아
한 눈 팔 새 없이 거두고 비워낸다
들판은 자글거리며
지친 몸을 말린다
짙어진 그늘마다 바람 끝 감아 돌고
하늘이 아우르던 느티나무 붉은 물빛
떨어져 누운 그리움
아득한 봄날 저편
사는 일, 허덕이며 돌부리 채이는 일
눈 맞춰 가을 얘기 꺼내지도 못했는데
청 마루 잠시 걸터앉았다
일어서는 시월 손님
--------------------------------------------------------------
▶김임순=경남 창녕 출생.
2012년 부산가톨릭문학상 수상
2013년 '부산시조'신인상. 공무원문예대전
안전행정부장관상. 연암청장관문학상.
시조집 '경전에 이르는 길'.
현재. 부산 반여초등학교 교사
〈시작노트〉
여름이 그토록 뜨거웠던 까닭은 숭고한 자연이 우리에게 풍성한 결실을 안겨다 주려 했던
것. 드높아진 가을 하늘! 가을은 언제나 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훌쩍 가 버린다. 쓸쓸한 이별
감촉이 느껴지는 시월이다.
kookje.co.kr/201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