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ncer - Denean
밈 -박헌호-
구부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징이 박힌 구두를 신을 때 한 달 치의
수도요금이며 전기세며 주민세를 낼 때
해 저문
창가에 앉아서 주먹을 쳐다볼 때
이따금씩
국밥을 먹을 때, 그 국밥에 소금을 칠 때
구부리지 않으면 끊어진다는 걸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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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호=(1962~ )1989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이번에 첫 시집 『내 가방 속의 동물원』을 낸다.
무려 26년의 긴 세월이 등단-시집 『내 가방 속 동물원』
시인의 설명에 의하면 “밈”이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나오는 말로, “유
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라 한다. 유전이야 타고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을 이길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불가피하게도 ‘세상 사는 법’을 습득한다.
구부러지기도 끊어지기도 싫지만 생계―각종 고지서들, 국밥―가 우리를 구부러지게 만든다.
그래서 생은 적절한 양보 혹은 치욕의 색깔을 입는 것이다. 그러나 양보―치욕 사이의 거리
는 얼마나 먼가. 시인은 “국밥에 소금을” 치며, ‘끊어짐’의 고통을 견디고 있다. 박헌호 시집 『내 가방 속 동물원』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