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vette Giraud-Le Pont Mirabeau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출생지: 이탈리아 로마
20세기 초 유럽,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적 본능이 이른바 '황금시대'를
전망하던 시기에 그 최전방에서 시와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한
시인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아폴리네르는 폴란드인 어머니와
정체불명의 아버지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줄곧 이방인의 처지로
문필활동을 했지만, 오늘날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파리에 가보지 않고도 파리의 낭만을 흠뻑 느끼게 하는 시다. 아폴리네르는 이 다리를 건너
며 그의 연인 마리 로랑생을 생각했을 것이다. 마리 로랑생은 시인이자 화가였다. 세월도 흐
르고 강물도 흐르지만 그는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고대했다.
밤이 오고 죽음의 종이 울려도 마리 로랑생의 “손을 붙들고” 미라보 다리 위에 계속 서있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폴리네르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서른여덟의
나이로 사망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지금도 흐르건만, 아폴리네르도 마리 로랑생
도 “영원한 눈길” 너머로 사라졌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1.09
http://blog.daum.net/kdm2141/5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