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힘 -이현호-
새를 날게 하는 건
날개의 몸일까 새라는 이름일까
구름을 띄우는 게
구름이라는 이름의 부력이라면
나는 입술이 닳도록
네 이름을 하늘에 풀어놓겠지
여기서 가장 먼 별의 이름을
잠든 너의 귓속에 속삭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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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1983~)충남 연기에서 출생.
2007년 《현대시》로 등단.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실체(몸)인가, 이름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사회적 소통에는
이름(기표·記標)이 끼어든다. 이름은 껍데기 같지만 존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굴
절시킨다. 우리가 모든 이름을 ‘허명(虛名)’이라 내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라
는 기표는 짖지 않지만, 언어체계 안에서 개를 존재하게 만드는 유일한 매개이다.
그리하여 새는 새의 이름으로 날고, 구름은 구름이라는 이름으로 공중에 뜬다. 사랑이라는
실체도 언어의 외피를 입을 때 비로소 세계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하여 우리는 “입술이 닳
도록” 당신의 “이름”을 당신의 “귓속에 속삭”이는 것이다. 이현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
다』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