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몇 개만 쌓아도 탑이다
가지 위에 가지 올린 나무도 탑이다
한 발 위에 한 발 올려
산에 오르면 탑이 되는 사람들
몸 위에 몸 하나만 올려도
삼층탑이다
구름 위에 달을 올렸다 해를 올렸다
수금지화목토천해
누가 쌓은 탑일까
꽃잎 위에 꽃잎 올려
탑 쌓기 놀이에 분주한
애기똥풀 형제
나뭇잎 몇 장 띄워 탑 쌓고
골짝을 돌아 탑돌이 나선 냇물
서로를 무등 태운
몸 낮춘 샛강
일파만파가, 모두
기단석이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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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만=(1959~ )월간 [문학저널] 등단
한국문협 및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2007년 월명문학상 수상
현재 (주) 현대자동차 근무
유심히 살펴보면 모든 것은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탑이다. 무너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 공을
들여 쌓아 올린 탑이다. 나무도 풀도 냇물도 사람도 탑이다. 기초로 놓은 밑돌이 있고, 그 위
에 올린 돌이 있어 탑이 완성된다.
완성된 하나의 탑은 우리에게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하나의 물결이 연속적로
많은 물결을 일으키듯이 탑의 한 층은 다른 한 층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긴밀하게 의지
한다. 이 우주 생명 세계도 하나의 탑이다. 생명이 다른 생명을 모시고, 보호하고, 돕고, 무등
태워 쌓아 올린 어마어마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탑이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