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김창재-
밥을먹는다
어제도먹고그제도먹었던
밥을먹는다
아침에도먹고늦은저녁에도먹고
밥을먹는다
아무리더디먹어도
느림보시간은빨리지나가지않고
밥을먹는다우리는
거대한죽음이당도할때까지
그리하여밥없는명징한날들에
이를때까지꾸역꾸역
내일도먹고모레도먹어야할
밥
징그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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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재=(1952~)<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김창재 시집. 비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하는 자의 존재성에 의해 생성되는 시어가 총 2부로
나누어 그려지고 있다. 시집 이름이 "카타콤" 이다.
나온 지 8년이 지난 김창재 시인의 시집에서 벌써 책 곰팡이 냄새가 풀풀 난다. 그 세월 동
안에도 우리는 계속 (띄어쓰기도 하지 않은 채) 밥을 먹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삶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먹고 또 먹는 삶이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새가
하는 일은 오로지 먹을 것을 찾는 일. 인간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한죽음” 그 “명징한날”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먹고 또 먹는다. 그러나 “명징”은 대체
무엇인가. 역설적이게도 그 명징의 ‘불명료함’ 때문에 먹음의 긴 행렬이 때로 징그럽게 느껴
진다. 우리가 죽음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 내용에 따라 밥 먹는
일의 의미가 달라진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