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기적(奇籍)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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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1952∼ ) 전남 해남 출생,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 으로 입선,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등을 《문학과 지성》에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
에로』, 『나는 너다』, 『게 눈속의 연꽃』,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등
김수영 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역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하이데거의 말마따나 우리는 “내던져진 존재(Geworfenheit)”들이다. 존재의 기원과 이유
에 대한 무지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쓸쓸함이야말로 모든 사랑의 기원이다.
외로우니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별”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
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것이야말로 “발작”할 정도의 “기적”이 아닌가. “지구야말로 사
랑하기에 딱 좋은 곳”(로버트 프로스트)이라는 인식에 도달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는
없는 것을 찾는다. 쓸쓸함은 사랑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신호이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