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풀
◆박소영◆
바람에 흔들리다
강 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는 건
얼음물 속 어린 고기들
이야기 들으려는 것이겠지
하늘연못에 머리칼 헹구고
고개 젖히는 것은
가뭇없이 날아가는 새들
이별을 마중하기 때문이리라
하늘 높이 떠 있는 해에게
물어보는 말
아무리 맡아도 싫지 않은
마른풀 향기 맡을 수 있느냐고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해
허공 디디며 살아온 나
오늘밤 뜬눈으로
마른풀 이야기 들어준다면
한 모금의 물기마저 비워내
화선지처럼 얇아져서야
낼 수 있는
그 향기 피울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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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1955~ )전라북도 진안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은 '나날의 그물을 꿰매다'가 있으며,
2015년 대전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전작가회의 회원
# ‘침묵, 소리구분하기, 즐기기, 경청하기'는 청력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 잘 듣기위해서 훈련
해야 하는 조건들입니다. 그런데, 이 요소들은 일상의 의사소통에 적용해도 좋을 내용입니
다. 늦가을 황량해 보이는 강가에 “마른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무심한 듯 흔들
리고 있는 “마른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다/강 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는 건/얼음물 속 어린
고기들/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 기울이는 것이지요.
타인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조용히 침묵한 상태에서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내는 것입니다. 말하는 상대의 몸짓, 표정, 음성 등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변화를 알아차려야
만 상대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말의 저변에 깔린 메시지를 분석
하고 상대가 겉으로 들어 내 말하지 못한 내용까지도 통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
아진다면, 세상은 좀 더 훈훈하고 아름다워져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 오해와 불신 같은 것
들이 줄어 들 수 있지 않을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mhj21.com/201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