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밑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비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을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시집《달 넘세》(창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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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1936~ )申庚林 충청북도 충주 출생
1955.문학예술에 <갈대>, <묘비> 등이 추천되어 등단
이후 계속 침묵하다 1965년에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첫 시집 『농무』를 간행했고,
평론집 『한국 현대시의 이해』 등을 간행
1974년 시집 『농무』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했고,
1981년 한국문학작가상, 1990년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평탄한 길, 거친 길 가리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렸던 2015년이란 길이 어느덧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제나 함께했던 당신 덕분에 무탈하게 지나올 수 있었지요. 언제나 설레는 새
로운 만남을 꿈꾸듯, 다가오는 새해에는 삶의 소중함을 조금 더 가슴 깊이 지니며 살아가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상익 기자 [이 아침의 시]
hankyung.com /201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