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춘 연애학개론
◆김길녀◆
선배시인 딸 결혼식 뒤풀이
광화문 근처 까페에 둘러 앉아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세 번째 만난 노시인
한 권 인생사를 황금키위 쥬스 홀짝이며 듣는다
2살부터 함께 한 새엄마 페이지에선
울보시인답게 눈물 바람이다
마스카라 번지는 것도 잊은 채 덩달아 눈물 찍는다
가난이 훈장인 시인
등단 28년 만에 낸 첫 시집 속
짧은 시편들
여전히 독자를 끌어당긴다
마지막 단락은 역시나 연애사
야간고등학교 출신남자와 영화관 경리여자의 야반도주
아이 둘 낳고 시인이 되어서야 양가 허락을 받았다는,
노시인을 만든 팔 할은 연애의 힘
며칠 전 다툰 내 남자와의 연애시절이
얼었던 마음 구석에 함박눈 떨구는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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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녀=(1964~ )강원 삼척 출생. 1990년 '시와비평 '등단.
시집 '푸른 징조'[키 작은 나무의 변명]『바다에게 의탁하다』등.
'dailyindonesia'에 '김길녀 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 연재 중.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시) 수상. '작은詩앗.채송화'동인.
한국해양문학가협회 사무국장, 부산작가회의 이사
〈시작노트〉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연애시절 달콤함은 사라진다. 노시인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아내
위한 밥상 사진을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함께한 여자시인들은 환호하고 남자시인들은 생
수만 들이켰다. 당신 시를 잉태하는 팔할이 사랑의 힘이었음을…
슬며시, 감하는 겨울 하루였다.
kookje.co.kr/201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