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zart Requiem - INTROIT
오징어 3
◆최승호◆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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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1954~ )1977년 시 〈비발디〉시단에 데뷔
시집《대설주의보》《반딧불 보호구역》《모래인간》
《아메바》산문집《달마의 침묵》《시인의 사랑》
「오늘의 작가상」,「김수영문학상」,「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미당문학상」을 수상
말(言)의 부유(浮游). 말은 세계 위를 떠돌면서 세계를 구성하고 해체한다. “사랑한다고 말”
할 때 비(非)사랑은 (일시적이지만) 사랑이 된다. 언어가 현실을 만든다. 그러나 그 언어 아
래에서 행위는 늘 전복(顚覆)의 틈을 노리며 언어가 결국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한다.
언어-행위 사이의 이 팽팽한 긴장 속에 우리의 삶이 존재한다. 그러니 “사랑한다고 말하
면서”(언어),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행위)은 꼭 이 시에 나오는 ‘오징어 부부’만의 것은
아니다. 언어와 행위가 행복한 합일의 지경에 도달할 때, 말이 필요 없어지고 행위는 자유
로워진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