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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낭
◆김솔◆
늙은 소의 잔등 위에
막걸리 한 병 얹어놓고
괜히, 또 쓸데없이
그걸 쓰다듬는 저놈의 노을
한바탕 붉게 울먹이는 건 또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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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솔=(1965~) 서울에서 출생
2003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
현재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CS강사로 활동하며
영주 무섬마을 가까이에서 캠프스쿨을 운영
“늙은 소”는 오랜 세월의 고된 노동을 상징한다. 늙은 소가 있으면 그것과 함께 살아온 농부
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오로지 몸뚱이 하나로 서러운 세월을 함께 버텨왔다. 짐작건대 이들
이 땀과 눈물을 바쳐 이룩한 것은 고작 생계뿐. “소의 잔등 위에” 있는 “막걸리 한 병”은 이
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겸손한 식사다. 이 풍경이 안쓰러워 노을이 이들을 쓰다듬는다.
이것을 바라보는 또 한 존재가 있으니 바로 시인이다. 시인은 이를 보고 노을이 “한바탕 붉
게 울먹”인다고 했다. 늙은 소, 농부, 노을, 시인은 이렇게 해서 하나의 따뜻한 ‘울음 공동체’
가 된다. “워낭” 소리가 이들을 위로한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