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 Michael Hoppe
초록 도화선을...
◈딜런 토머스◈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내 초록 나이를 몰아간다, 나무의 뿌리를 말리는 힘이
나의 파괴자이다.
그리하여 나는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네
내 젊음이 똑같은 겨울 열병에 굽어버렸음을.
바위들 틈으로 물을 밀어붙이는 힘이
내 붉은 피를 몰아간다, 중얼대는 시냇물을 말리는 힘이
내 시냇물을 밀랍처럼 굳게 만든다.
그리하여 나는 내 혈관에게 중얼댈 수 없네
산속 옹달샘에서 똑같은 입이 어떻게 빨고 있는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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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 토머스=(1914~53)영국 웨일스 출신의 시인.
1933년에 낸 시 "And death shall have no dominion"로
유명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징병 3등급으로
징병되지 않았다. 1950년에 미국으로 갔고 1953년에
뉴욕에서 사망했다.2014년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그의 시가 3번이나 암송되면서 유명해졌다.
딜런 토머스는 “무모하였고, 불꽃처럼 타올랐으며, 불경스러웠고, 순진하였으며, 추잡스러
운 술꾼이었다. 그는 ‘시인의 원형’이었다.”(데이비드 데이치스) 생의 동력이 결국은 죽음
의 동력이라는 역설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는 불꽃처럼 시를 썼으며, 그것이 그를 살게 했고 그를 죽게 했다. 서른아홉 살에 그는 뉴
욕에서 세상을 떴다.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그를 파괴했던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