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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Clayderman의 피아노 연주곡..
산숙(山宿)
<산중음(山中吟) 1> ◈백 석◈
여인숙이라도 국수집이다
모밀가루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어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木枕)들을 베여보며
이 산(山)골에 들어와서 이 목침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굴과
생업(生業)과 마음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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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석=(1912∼1995)평안북도 정주 출생
본명은 백기행(白夔行)이며 본관은 수원(水原)
1934년 5월 16일자 《조선일보》에 산문 〈이설(耳說) 귀ㅅ고리〉를 발표
1936년 1월 20일에는 그간 《조선일보》와 《조광》(朝光)
시집 《사슴》을 당시 경성부 통의동(通義洞)에서 자비로 100권 출간
1948년 《학풍》(學風) 창간호(10월호)에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을 내놓기까지 60여 편의 시
북방의 어느 산중에 있는 여인숙을 그려보라. “들믄들믄” “그즈런히” 북방의 사투리들이
두런거리는 이 여인숙은 국수집을 겸하고 있다. 시인은 국수분틀 옆에 “나가 누어서” 그
방을 스쳐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목침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은 지금쯤 어느 그늘을 유랑하고 있을까. 아무
런 논평도 해석도 없는 이 그림은 조촐해서 정겹고 국수 국물처럼 따뜻하다. 수많은 “얼굴”
과 “생업”의 유랑인들이 거쳐 간 산속의 여인숙. 거기서 국수 한 그릇 먹고 그즈런히 눕고
싶지 않은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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