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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끝
◈황동규◈
언젠가 마음 더 챙기지 말고 꺼내놓을 자리는
방파제 끝이 되리.
앞에 노는 섬도 없고
헤픈 구름장도 없는 곳.
오가는 배 두어 척 제 갈 데로 가고
물 자국만 잠시 눈 깜박이며 출렁이다 지워지는 곳.
동해안 어느 조그만 어항
소금기 질척한 골목을 지나
생선들 함께 모로 누워 잠든 어둑한 어물전들을 지나
바다로 나가다 걸음 멈춘 방파제
환한 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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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1938~ )
서울에서 출생.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열하일기』(1972), 『삼남에 내리는 눈』(1975),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1988), 『몰운대행』(1991),
『미시령 큰바람』(1993), 『외계인』(1997), 『버클리풍의 사랑노래』
(2000) 등과 산문집 『겨울 노래』, 『젖은 손으로 돌아보라』 등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
“끝”은 관계의 사라짐을 의미한다. 나와 얽혔던 그 많은 끈들이 하나둘씩 지워질 때 끝의
징후가 보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금기 질척한 골목”을 헤쳐 나왔
는가.
분투와 욕망의 골목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치열했던 의미소(意味素)들을 잃어갈 때, 우리는
어느덧 생의 종점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 끝이 환하다면, 그렇게 확 트
인 ‘절대’라면 “어둑한 어물전”의 현세(現世)를 지나온 것도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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