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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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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1921~68)서울 종로에서 출생.
1945년 《예술부락》에 시 <묘정(廟庭)의 노래>를 실으면서
작품 활동 시작. 1946년 연희전문 영문과에 편입하였으나 중퇴.
1959년 첫 시집 『달나라의 장난』 출간.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나고,
시와 시론, 시평 등을 잡지, 신문 등에 발표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였으나, 1968년 6월 15일 밤 교통사고로 사망. 사후
시선집 『거대한 뿌리』(1974) , 『사랑의 변주곡』(1988) 과
산문집 『시여, 침을 뱉어라』 등과 1981년 『김수영전집』 간행됨.
2001년 10월 20일 <금관 문화훈장> 추서받음.
설움은 삶의 근원에 있는 비애를 감지할 때 생겨난다. 그것은 고통의 정서이지만 다른 한편
으 로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한다. 그 안에 유토피아 욕망이 있고, 유한자(有限者)로
서의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다.
김수영 시인은 그것과 “너무나 자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고 고
백한다. “바라는 것”이 있었으나, 그의 현실적 생애는 그것들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으스러진 설움”이 그의 시를 키웠다. 생계의 반대편에서 그는 구할 것을 구한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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